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윤석화 씨가 별세했다. 향년 예순아홉. 고인은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깊이 있는 연기와 단단한 존재감으로 관객과 호흡해 온 인물로, 단순한 배우를 넘어 한국 공연예술의 흐름을 만들어온 상징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별세 소식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고인의 투병 과정과 치료 선택이다. 윤석화는 지난 2022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이후, 일반적으로 권유되는 항암 치료를 선택하지 않고 자연치료 중심의 회복 과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화의 투병 과정과 치료 선택
윤석화는 뇌종양 진단 이후 수술을 통해 1차적인 치료를 마쳤다. 이후 의료진으로부터 항암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삶의 질과 신체적 부담, 예술가로서의 일상 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암 치료는 종양 억제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심각한 피로감, 면역력 저하, 일상생활의 제한 등 부작용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석화는 이러한 치료 과정이 자신의 삶과 예술 활동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했고, 결국 자연 회복과 신체 균형을 중시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은 단순한 치료 거부가 아닌,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으로 해석된다.
항암 치료를 거부한 이유
윤석화가 항암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하나의 문장으로 규정되기 어렵다. 다만 주변 증언과 인터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예술가로서의 삶의 방식이다. 그는 무대와 일상, 정신적 에너지가 하나로 연결된 삶을 살아왔다. 항암 치료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균형이 무너질 경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긴 삶의 방식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기 결정권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다. 윤석화는 평소에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태도로 알려져 있었으며, 치료 역시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결정하고자 했다.
셋째, 자연치유에 대한 신념이다. 일부 환자들은 면역 회복, 식이 관리, 심리적 안정 등을 중시하는 자연치유적 접근을 선택하기도 한다. 윤석화 역시 의료적 치료를 전면 부정했다기보다는, 수술 이후의 삶을 보다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에 맡기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화의 이력과 예술적 발자취

윤석화는 한국 연극계에서 이른바 1세대 연극배우로 불린다. 연극 무대에서 데뷔한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성 인물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깊이 있게 표현해 왔다.
대표작으로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으며, 뮤지컬과 영화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특히 공연예술 전문지 ‘객석’을 창간하며 배우를 넘어 공연문화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도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남겼다.
- 출생: 1956년 서울.
- 데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무대 데뷔.
- 주요 연극: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를 위한 이중주〉 등 다양한 연극 작품에 출연하며 강렬한 무대 존재감을 선보임.
- 뮤지컬/영화/드라마: 뮤지컬 〈명성황후〉를 비롯해 〈아가씨와 건달들〉 등 다수 작품에 참여했으며, 영화 레테의 연가 등에서도 활동함.
- 출판/제작 활동: 1980년대 공연예술 전문지 〈객석〉을 창간 및 발행인으로 활동, 공연 문화와 비평 기반 구축에 기여.
- 극장 운영: 정미소 소극장을 설립해 실험적 연극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음.
수상 경력과 평가
윤석화는 연기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등 다수의 연극 관련 상을 수상했다. 이는 단순한 인기나 화제성이 아닌,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이 남긴 결과였다.
그의 연기는 화려함보다는 절제와 밀도로 기억된다. 관객의 감정을 과도하게 끌어내기보다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무대를 채운 배우였다.
-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여러 차례 수상.
- 동아연극상 연기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이해랑연극상 등 연극계 주요 연기상 수상.
-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극·무용 부문) 수상.
- 대통령 표창 등 정부 및 문화기관 표창도 다수 받음.
남겨진 의미
윤석화의 별세는 한 배우의 죽음을 넘어, 한 시대의 무게 있는 퇴장을 의미한다. 또한 그의 치료 선택은 생과 삶의 질, 개인의 가치 판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마주했다.
무대 위에서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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